1. 글을 시작하며
: 우리나라 바이오제약종목 중 매출액 1조를 넘는 제약회사에는 7개가 있다. 2019년 기준 영업이익도 2천억을 초과 달성한 삼성 바이오와 셀트리온이 바이오 제약주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최초로 세계적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난 회사 중하나이다. 신약은 아니지만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복제하여 램시마를 개발하였다. 뒤이어 혈액암 치료제 ' 트룩시마 ', 유방암 위암치료제 ' 허쥬마 '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바이오시밀러 삼총사를 만들어냈다. 현재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이 3개, 삼성 바이오가 4개이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2018년 오리지널 신약 판매량을 제쳤다. 이처럼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가격이 낮은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세계 바이오 시밀러 시장이 2019년 30조에 달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투자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줄 만한 시장이다. 다만 신약에 비해 수익구조가 절반 이하에 그친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
바이오제약산업은 고령화 사회의 수혜주이다. 인간의 무병장수의 욕망이 깃든 산업이기에 망하지 않는 산업군에 속한다. 정부에서도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 선포식을 통해 바이오헬스산업을 차세대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겨우겨우 신약을 개발하여 FDA승인을 통과하고 시장에 내놓았더라도 혁신적인 신약이 아닌 이상 신약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데도 오래 걸릴뿐더러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2. 신약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
: 신약을 개발하여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을 받는 과정은 까다롭고 복잡하다. 미국 FDA 신약 승인까지 최대 10~2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최종 임상 통과율도 10% 미만이다. 아래 그림을 통하여 신약개발 단계를 확인해보자.
1. 약물 후보물질 발굴
: 기초연구단계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는 과정이며 대학 연구실,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2. 전임상시험
: 10개 정도 선별해 놓은 후보물질(질병 유전자 치료물질) 중 대표 약물 후보 한 가지를 선정하여 임상시험 전 동물에게 행하는 시험이다. 이 단계에서 약의 효능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며 약이 동물의 각 기관에 미치는 영향 및 소화흡수 대사, 배설물 등을 면밀히 조사한다. 전임상 시험도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에서 시험을 행해야 FDA 심사 요건을 갖추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3개의 국제공인기관이 있다.
한 가지 물질 군에 대한 시험비용은 대략 10억 원 정도이며 개수가 증가할 때마다 비용도 두배로 증가한다.
3. 임상시험
: 전임상 시험에서 치료효과를 보았다고 사람에게 바로 시험할 수 없다. FDA의 승인을 받아야 시험이 가능하다. 또한 승인시점부터 20년간 치료약의 독점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통과해 하루빨리 판매허가를 받아야 이윤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임상시험 단계에서는 사람 몸에서 약의 작용, 과용 시 부작용, 투약방법, 투약용량 등을 조사하게 된다. 임상시험은 총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일반 정상인에게 2단계는 환자에게 직접 투여, 3단계에서는 2단계와 같이 환자에게 투여하지만 보다 많은 실험자에게 시험을 실시한다.
신약개발회사에서는 임상시험 3단계가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대량생산계획을 수립한다.
4. 신약(판매 승인) 신청
: 전임상 시험과 임상시험 결과 및 개발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FDA에 신양 판매 승인신청서를 접수하는 과정이다. 심사종류는 신속심사, 우선심사, 가속 승인, 혁신 심사 등이 있다.
5. 신약(판매 승인) 결정
: FDA의 승인은 1~2년 정도 소요된다. 우선심사를 신청하면 6개월 이내에 결정이 나기도 한다. 신청에 대한 결과는 대게 허가 및 보완 형태로 오게 되며 보완을 해야 한다면 기간은 더 길어진다.
6. 시판 후 조사(임상시험 4단계)
: 약을 시중에 판매한다고 해서 개발사의 의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장기간 구매자에 대한 추적 조사를 통해 약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약의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FDA의 요구 시 제출토록 해야 한다.
3. 바이오회사와 제약회사의 차이점
: 바이오회사와 제약회사가 하는 일은 큰 맥락으로 보면 큰 차이는 없지만 세분화해서 보면 다르다. 바이오회사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한 유용물질을 개발하고 제약회사는 인간의 생명과 보건에 관련한 원료 및 완제 의약품의 생산과 판매, 신약개발 등을 포괄한다. 크게 보면 제약회사 안에 바이오회사가 있다고 보고 두 회 사는 협력관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위에서 보았듯이 신약개발 단계 중 1단계인 약물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일을 바이오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 중 약물 후보물질 발굴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작은 편이다.
반대로 제약회사는 개발한 신약 시험 및 FDA 승인 및 판매영업 등을 총괄하고 있고 신약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투자수익을 뽑아낼 수 있기에 항상 시간에 쫓긴다. 이 때문에 제약산업을 고위험 산업군이라 하여 개발 완료까지 막대한 개발비와 장기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지만 성공 보장이 명백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4. 결론
: 미국의 권위 있는 의학전문지에서 우리나라의 바이오 분야 경쟁력 순위를 2018년 기준 전 세계 26위로 평가했다. 평가항목 중 가장 저조한 부문은 ' 생산성'이었다. 이처럼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큰 기술력과 영향력을 지니지 않았다. 임상실험에서 미끄러져 개발이 중지되는 신약 또한 많고 개발하더라도 사업성이 없기에 대박을 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세계 주요 제약사 매출 순위 50위에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은 단한곳도 없다. 아시아 기업 중에서는 일본이 유일하며 20위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16개의 기업이 있으며 화이자는 연간 매출액이 52조에 달한다. 화이자의 최대 매출원은 폐렴백신 '프리베나' / 신경통증치료제 ' 리리카 ' / 유방암 치료제 ' 이브 랜스 ' / 고지혈증 치료제 ' 리피토 '이다.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2020년 1월 기준 연매출 30억 이상 국산신약 개발 현황을 보면 LG화학의 제미메트와 제미글로가 가장 높다. 제미메트와 제미글로는 당뇨병 치료제이고 두 신약의 매출액만 970억에 달한다. LG화학의 뒤를 이은 보령제약은 듀카브, 투베로, 카나브(고혈압치료제) 3개의 신약으로 740억의 매출을 올렸다.
LG화학에 970억의 매출액을 안겨준 제미메트의 당뇨병 치료제 시장점유율은 어떨까? 2016년 기준 자누비아(40%), 트라젠타(30%), 가브스(15%)에 뒤이어 7%의 점유율을 보였다. 2016년 기준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7천억으로 보았을 때 점유율 7%대의 LG화학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전 세계 1~3위 바이오제약사인 PFIZER(미국, 화이자) / NOVARTIS(스위스, 노바티스) / ROCHE(스위스, 로슈)의 임상시험 통과율은 11%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대에도 못 미친다. 국내 바이오제약사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초기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정도의 기술력이었고 드물게 전임상 시험에 진입하는 정도로 경험과 기술력이 없었다. 대부분 후보물질을 개발해놓고 해외기업에 기술이전을 통한 이전비용만 챙기는 정도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간의 경험을 통해 임상시험까지 가는 단계에 이르렀고 당당하게(?) 임상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에도 도전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앞으로의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의 미래는 밝지만 아직 반도체나 조선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영향력 있는 기업은 없다.
따라서 만약 바이오 제약주에 투자를 원한다면 향후 10~2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신약이 나오는 날을 고대하며 글을 마친다.
※ 참고
▷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의약품은 크게 ‘화학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으로 나뉜다. 바이오의약품이란, 유전자 재조합ㆍ세포융합 등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만든 새로운 물질이나 항체 등이다. 이때 바이오 ‘시밀러’(similar)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라는 뜻이다. 살아있는 단백질 세포를 이용하는 바이오의 특성상 오리지널 의약품과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어낼 수 없어 ‘시밀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 바이오베터(Biobetter)=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효능이나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량한 약이다.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더 낫다는 의미로 '바이오베터'라 불린다.
이상
- 바이오 제약주 투자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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